월세로 산다는 건, 집을 소유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다.
내 것이 아니지만, 분명히 내 시간은 그 안에 쌓인다.
처음 월세방 문을 열었을 때의 그 공허함.
아무것도 없는 하얀 ...
2026.03.02⸱도움돼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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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본 후기
중구 호동 모암로7번길 15에 살아본 이웃들의 후기
살아본 후기 1
한수
거주기간 3년~5년
⸱
영종구 인증 26회
월세로 산다는 건, 집을 소유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다.
내 것이 아니지만, 분명히 내 시간은 그 안에 쌓인다.
처음 월세방 문을 열었을 때의 그 공허함.
아무것도 없는 하얀 벽과 비어 있는 바닥.
그 공간은 차갑게 느껴졌지만, 동시에 묘하게 가벼웠다.
짐을 풀고, 침대를 놓고, 조명을 켜고, 냉장고에 물 한 병을 넣는 순간
그 공간은 비로소 ‘방’이 아니라 ‘내 하루’가 된다.
월세의 가장 큰 장점은 가벼움이다.
마음이 바뀌면 떠날 수 있고,
환경이 바뀌면 옮길 수 있다.
직장이 바뀌거나, 삶의 방향이 틀어져도
집이 발목을 잡지 않는다.
하지만 그 가벼움은 때로는 뿌리 없음으로 느껴진다.
벽에 못을 하나 박을 때도 잠깐 망설이게 되고,
이 동네에 오래 머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 작은 선을 긋는다.
월세를 내는 날은 묘하다.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걸 보면
‘이 돈이면…’ 하는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동시에,
그 돈은 나의 안전한 공간을 유지하는 비용이기도 하다.
비 오는 날 피할 지붕,
지친 날 아무 말 없이 누울 수 있는 침대,
혼자 울어도 괜찮은
월세방 불을 끄고 누워 있으면
창밖의 도시 불빛이 천장에 비친다.
그 빛을 보며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여기가 내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