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암로7번길 15

대전광역시 중구 모암로7번길 15

모암로7번길 15 살아본 후기 1

Ppong24 · 호동 거주 31년차
월세로 산다는 건, 집을 소유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다. 내 것이 아니지만, 분명히 내 시간은 그 안에 쌓인다. 처음 월세방 문을 열었을 때의 그 공허함. 아무것도 없는 하얀 벽과 비어 있는 바닥. 그 공간은 차갑게 느껴졌지만, 동시에 묘하게 가벼웠다. 짐을 풀고, 침대를 놓고, 조명을 켜고, 냉장고에 물 한 병을 넣는 순간 그 공간은 비로소 ‘방’이 아니라 ‘내 하루’가 된다. 월세의 가장 큰 장점은 가벼움이다. 마음이 바뀌면 떠날 수 있고, 환경이 바뀌면 옮길 수 있다. 직장이 바뀌거나, 삶의 방향이 틀어져도 집이 발목을 잡지 않는다. 하지만 그 가벼움은 때로는 뿌리 없음으로 느껴진다. 벽에 못을 하나 박을 때도 잠깐 망설이게 되고, 이 동네에 오래 머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 작은 선을 긋는다. 월세를 내는 날은 묘하다.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걸 보면 ‘이 돈이면…’ 하는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동시에, 그 돈은 나의 안전한 공간을 유지하는 비용이기도 하다. 비 오는 날 피할 지붕, 지친 날 아무 말 없이 누울 수 있는 침대, 혼자 울어도 괜찮은 월세방 불을 끄고 누워 있으면 창밖의 도시 불빛이 천장에 비친다. 그 빛을 보며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여기가 내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