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 하안동
하안주공 10단지, 그중에서도 1010동은 단지 내에서 위치가 참 절묘했습니다. 이곳에 살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점은 '안정감'이었습니다. 오래된 대단지 아파트만이 줄 수 있는 그 특유의 울창한 나무들이 창밖을 메우고, 계절마다 정직하게 변하는 자연의 색을 아주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었거든요. 1010동 근처는 단지 내에서도 조용한 편이라 밤이면 들리는 바람 소리와 나무 흔들리는 소리가 마치 자장가처럼 들리곤 했습니다. 주공 아파트의 평면은 요즘 아파트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살면 살수록 '참 알차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1010동의 거실에 앉아 있으면 아늑한 햇살이 깊숙이 들어오고, 화려한 인테리어 없이도 따뜻한 차 한 잔이 잘 어울리는 소박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주공 10단지는 하안사거리와 가깝다는 점이 최고의 강점이었죠. 슬리퍼를 신고 터벅터벅 걸어 나가면 은행, 병원, 온갖 맛집이 즐비한 하안사거리의 인프라를 그대로 누릴 수 있었습니다. 퇴근길에 그곳에서 떡볶이를 사거나 갓 구운 빵 냄새를 맡으며 단지 안으로 들어오던 길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습니다. 아이들이나 반려동물과 함께였다면 1010동의 가치는 더 빛났을 겁니다. 단지 곳곳에 있는 놀이터와 산책로, 그리고 조금만 걸어 나가면 닿는 안양천 산책길은 이 아파트를 단순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닌 삶의 쉼표로 만들어주었습니다. 봄이면 단지 전체를 덮는 벚꽃 비를 맞으며 굳이 멀리 꽃구경 갈 필요가 없었고, 여름엔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서 매미 소리를 듣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물론 오래된 아파트인 만큼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단지를 몇 바퀴 돌아야 하는 수고로움이나, 겨울철 창가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 같은 불편함도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조차도 10단지가 가진 특유의 따뜻한 공동체 분위기와 이웃들의 정겨운 인사로 어느 정도 덮어지곤 했습니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이웃과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던 그 시절의 온기가 1010동의 벽면 곳곳에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안주공 10단지 1010동에서의 삶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참으로 '집다운 집'에서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아침이면 하안사거리로 바삐 향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에너지를 받고, 저녁이면 고요해진 단지 안에서 안온한 휴식을 취했던 그 시절. 그곳은 나에게 도시의 편리함과 오래된 동네의 푸근함을 동시에 가르쳐준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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